CONTENTS2013 FEBRUARY Vol.391
환자의 미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에서 발견하기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남혜정 교수
건강한 명절보내는 방법 없다? 있다!
명절의 즐거움은 잠시 후유증은 오래오래
칼로리 높은 명절음식 올라간 혈당을 잡아라
부모님에게 치아건강 선물하세요
설날 후 찾아온 불청객, 주부습진
알코올의 흔적
갑상선초음파 검사
국제의료관광의 활성화방안
인천 개항장거리
미술복원이야기
(26)마우스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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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시며 희망을 심어주신 남 교수님,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에서 회복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고,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저에게 새 삶을 열어 주신 남 교수님의 자상함과 인술(仁術)을 베풀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훌륭한 명의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 환자가 남혜정 교수에게 쓴 편지글 中
의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누구일까? 첫 진료 환자? 다나았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온 환자? 남혜정 교수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완치가 안된 환자가 아직 마음에 남아있다. 건강해졌다며 고마움에 찾아온 수많은 환자보다 증상이 좋아지지 않은 환자가 기억에 생생하다. 남혜정 교수는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기보다, 부족한 시절의 모습을떠올리며항상자신을돌아본다. ‘ 그때이방법으로치료했다면 호전되었을까?’, ‘ 이렇게했다면다른결과가나왔을까?’여전히 물음은 끊이질 않는다. 최고만을 기억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겸손한 자세로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그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경제적 부담감을 지울 수 없다. 이를 알고 있는 남혜정 교수는 단순히 증상 호전이 아닌 환자 만족도를 진료 기준으로 삼는다. 환자가 치료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 그 이상의 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환자 차트를 다시 살펴보는 모습에서 환자 만족을 위한 남혜정 교수 의 마음이 나타난다.
전문분야 | 직장인눈피로, 이명난청, 코질환, 급만성인후편도질환
진료시간 | 화·금·토(오전), 월·수·금(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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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명절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주부는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일을 해야 하고, 귀성길 교통체증은 운전자의 심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마음껏 먹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처럼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명절 후유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현명하게 준비한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설 만큼은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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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주부 장영숙씨는 명절 일주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명절만 보내고 나면 근육통과 피로로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연휴가 끝난 후 허리통증이 심해져 한 달 넘게 물리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올해도 작년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똑같은 명절을 보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입맛마저 잃었다. 이처럼 명절 연휴가 끝난 후 몸 관리에 실패하면 통증으로 오래 시달리기 쉽다. 명절에 발생하기 쉬운 통증과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종하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전문분야 | 난치성 및 만성통증, 외상성, 스포츠손상, 일반장애(뇌졸중, 척추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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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에게 명절 기름진 음식은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온다. 실제로 평소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던 환자도 명절이 지난 후 리듬을 잃고 증상이 심해져 내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상열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전문분야 | 당뇨병, 갑상선질환, 난진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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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인 명절, 대화의 최대 화두는 단연 부모님 건강이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식에게 명절은 부모님과 장시간 함께 지내며 평소 챙기지 못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대부분의 자식들은 퇴행성관절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우선적으로 살피지만,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치아건강이다. 이가 불편하면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 안색이 수척해지고 기운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부모님이 간혹“틀니가 너무 아파 빼 버렸어”혹은“틀니가 자꾸 빠져서 밥 먹을 때만 껴”라고 불편함을 호소해도, 자식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권긍록 교수
경희대학교치과병원 보철과
전문분야 | 임플란트 보철, 심미보철, 특수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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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4년 차인 김미숙(43/여)씨는 다가오는 설 명절에 걱정부터 앞선다. 작년 추석 명절 후 생각지 못한 주부습진이 생겨 한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시사철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가정주부에게 명절은 차례상 준비와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로 인해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즐거운 명절 후 주부습진이라는 불청객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전에 미리 주부습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김규석 교수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피부과
전문분야 | 알레르기질환, 피부미용질환(여드름,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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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이 술을 깨는데 얼마나 걸릴까? 또, 술에서 깨면 음주 사실은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을까? 주로 야간 도로에서 경찰관이 음주운전자 확인을 위해 입김을 불어 진행하는 음주측정검사에서는 사람에 따라 술을 마신 몇 시간 정도 후, 술이 깨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술이 깨고 나서라도, 혹은 며칠 전 마신 술이라도 혈액을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있다. 우리가 섭취한 알코올은 트랜스페린이라는 혈액 내 주요 수송 단백질의 구조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 변화를 첨단 전기영동 장비인 모세관 전기영동 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이 검사는 마신 술이 남긴 혈액 속의 기록을 추적하는 검사라고 할 수 있겠다. 경희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모세관 전기영동 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병원이다.
이 검사를 통해 의식소실 환자의 음주 상태 확인, 알코올 중독 환자의 진단과 치료 경과 추적, 간질환이나 통풍과 같이 금주가 요구되는 질환의 환자, 그리고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약을 처방, 복용하는 환자 등 많은 상황에서 도움될 수 있다.
조선영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분야 | 임상화학·진단분자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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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병명 진단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환자 중에는 이런 의료기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검사와 치료에 앞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의료장비에 대해 알아봅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해부학적 이상이나 질병 유무를 진단하는 검사방법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보이는 영상은 검사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인체 내부 장기의 구조와 장기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플러를 이용해 혈관 내 혈류의 흐름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분비대사센터에서는 오전 중 검사, 오후 결과 확인을 원칙으로 하는 one-stop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내분비대사센터 갑상선 초음파 검사실
문의 | 02-958-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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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한국 의료관광포럼을 다녀와서
미얀마는 1989년 6월 버마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약 6시간 소요되는 인도차이나반도 서북부에 있으며 국토면적은 67만 8528km(대한민국의 3.5배)이다. 인구는 약 5,458만 명으로 수도는 신행정수도인 네피도다. 미얀마 북서부 지방은 거의 개발되지 않았는데, 이 지역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되기 때문에 인근의 나라를 비롯한 외국 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20년간의 경제 제재로 개발되지 못하다가 중국에 의해서 일부 개발되었고 최근 경제개방과 함께 서구의 큰 회사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경제가 개방되고, 교육의 활성화를 비롯하여 해외관광이 활발해지면서 미얀마 상류층이 즐겨 찾던 타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로부터 현재 한국으로 그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지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미얀마 내 국외진료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자국 내 진료에 대한 의심과 불만으로 자연히 국외진료를 희망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고, 실제로 매년 2만여 명의 상류층은 타이, 싱가포르 등의 인근 의료 선진국을 이웃집 방문하듯 정기검진을 비롯한 시술과 수술을 받으러 드나들고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치료는 자국 내 해결이 가능하나 중증 질환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국외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현재 미얀마에는 국제적 수준의 병원이 하나뿐이고, 의료시설과 서비스 수준은 매우 낮으며, 정부, 개인 병원, 클리닉에는 응급치료 장비나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스크린 장비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지난해 2012년, 한국관광공사는 해외의료관광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미얀마 시장 선점을 위해 미얀마에서 열린 의료관광포럼에서 미얀마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국 의료의 우수한 시설, 최첨단 기술 및 경쟁력 있는 의료 서비스 등 한국 의료관광의 상표를 감성적이고도 가치 있게 알렸다. 우연한 기회에 참석하게 된 포럼에서 의료관광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으며 현재 일하는 수술실의 환경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의 대학병원 간호사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는 종합병원을 방문했다. 알코올과 베타딘 등의 소독 약품과 주사기 같은 소모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고, 오염, 소독, 멸균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형태로 관리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의 감염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눈앞에서 혼란스러운 광경을 관찰하고 나니, 우리병원입사 이래 최신의 교육과 장비, 시설을 가까이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 의료 환경과 시설, 기술들이 의료 후진국에서는 소중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니 향후 해외의료관광에 힘을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이라고도 볼 수 있는‘의료관광’의 붐은 결코 쉬이 지나쳐서는 안 될 시대적 흐름이자, 침체하여 있는 한국 경제에도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생각한다. 의료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에서 인간의 건강 유지, 회복, 촉진 등에 대해서 사용되는 광범위한 의미가 있는 단어다. 한국은 2009년 5월 1일 의료법 개정을 계기로 대한민국 대표 관광 상품으로 의료관광을 선정 및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도 의료관광에 관심을 보이고 개별적으로 국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 성급하게 또 손쉽게 경제적 가치가 높은 의료관광이라는 분야에 접근하는 것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일 것이다. 의료관광을 미래산업인양 선전하는 것에 비관적인 시선을 보이는 혹자들도 많다. 실제로 작년 국내 총 의료비 90조 원 중 외국인 비중은 1,800억으로 약 0.2%에 불과하다.
현재 국제의료관광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아직은 그 영역이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성형수술로 한정되고 있다. 이는 의료관광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장비와 의료진을 갖추고 외국인을 위한 전문코디네이터를 보유하는 한편 병원 내에서도 관련부서를 만들어 의료관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 제도의 수정과 재정립이 필요하다. 병원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시점과 사고방식이 확립되어야 하고, 경영자는 환자를 위한 서비스의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환자에 대한 서비스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더 나아가 이 모든 조건들이 조화를 이루어 양질의 서비스가 실현될 때마다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수반된다면, 성형수술이나 건강진단에만 국한되었던 의료관광의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병원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부의 정책에 관련해 병원과 정부가 상호 협력해서 기반 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면, 의료계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리라 기대한다.
글 ·수술실 간호사 정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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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를 다니면서 숱하게 절을 했지만, 두 번 절하는 이유는 알지 못했다. 영정 사진엔 꼭 미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게 내 아버지여야만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아버지의 육신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입관 예절 때도, 장례 미사 때 아버지가 몸담았던 성가대가 '주여 임하소서'를 부를 때도 그렇게 눈물만 나왔다. 화장터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관, 그 옆에 쓰여 있는 익숙한 아버지의 이름, 그리고 익숙한 아버지 이름 옆에 낯설게 적혀 있는 '故'라는 글씨는 이게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처럼 각인되었다. 부자간의 연이 무엇이기에 그 끝이 이렇게 숨 막히는 건지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아버지는 한 줌 흙으로 돌아오셨다. 그런데 한 줌의 재로 돌아오신 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큰 숨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큰 숨은 조이고 있던 가슴의 바위 덩어리를 끄집어냈다. 더는 아프지 않았고, 숨 쉴 만했으며, '평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이게 삶이구나' 싶었다.
얼마 전 한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를 모았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 말기암 환자의 임종 과정이 묘사됐는데, 제작자는 죽음이라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사랑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모양이다. 그 의사는 이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펑펑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가 밝힌 눈물의 이유가 그 글을 읽은 많은 의사를 아프게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전공의 시절,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아니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다소 귀찮게까지 여겼던 그 수 많은 말기 암 환자가 저렇게 소중한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으니 돌아가시는 게 슬픈 일이 아니며,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던 말기 암 환자의 죽음이 저렇게 소중한 이별의 순간이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내가 왜 그때 그들의 죽는 과정을 그렇게 무심히 보았는지 후회스럽다. 그리고 그런 소중함을 지나쳐 버리게 했던 그때의 바쁜 일상이 원망스럽다.' 아버지 장례식 때 오셨던 지도 교수님께 하소연했었다. 건강검진 정상 판정 후 8개월 만에 말기 폐암을 진단받은 아버지께, 폐 CT를 권해 드리지 못했던 게 평생 한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약 그랬다면 당신의 아버지가 8개월 먼저 폐암 환자로 사셨을 뿐이네.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기때문에 정상인으로 8개월을 더 사신 것이네."
분명히 위로 차원에서 하신 말씀일 것이다. 그 마지막 건강 검진 때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았더라면 수술할 수 있었을 것이고,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석에서 만난 한 교수님께서 '의학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의사가 환자에게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라는 말씀도 아버지의 이른 죽음을 한결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아직 현대 의학은 죽음에 대해 겸손해야 할 수준이니까. 최상은 아니었어도 최선이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맞는 거니까. 그의 의료 행위가 실제로 환자의 병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라도, 의사는 환자의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 서 있다는 건 분명하다. 내가 암환자 보호자로 있으면서 의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힘을 느꼈던 것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 주치의는 암 치료 과정뿐 아니라 아버지 삶의 마지막 순간도 집도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가 집도하는 대로 손을 잡고, 사랑한다 말하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렇게 이별했고, 그렇게 삶을 다시 살았다. 마지막 아버지의 죽음을 선언한 그는 나보다 훨씬 어린 전공의였지만, 그건 아무 상관없었다.
이별이란 배에서 그는 어엿한 선장이었다. 그 어떤 대가가 더 필요하겠는가?
글 |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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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벗어난 지하철은 지상으로 달리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 속엔 여전히 잔설이 분분하다. 마지막 겨울 추위가 쉽게 떨치지 않는 날에는 겨울 햇살 받으며 인천 개항장 거리를 걸어보자. 나른한 햇살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감싸주고 성큼성큼 발을 옮기다 보면 100여 년 전 거리로 들어선 듯 근대건축물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글·사진 | 유현영 여행작가 chella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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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 추위가 심해지면 실내는 우리에게 더욱 따뜻하며 아늑한 공간이 된다. 방 안은 온통 붉은 벽, 붉은테이블 위에 따뜻한 계열 색의 디저트, 레몬, 사과 그리고 투명한 병 속의 과일주가 부족하지 않은 듯 놓여있고, 고개를 숙이며 정성스레 과일을 내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화폭 안 의자는 비록 두 개이지만 밖에는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림 속 실내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화면을 꽉 채운 구성과 따뜻한 색들의 향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선을 왼쪽 위로하면 강렬한 황금색 액자가 걸려있다. 노란 황금색의 액자 속에는 초록의 싱그러운 여름날의 초원과 꽃밭 그 위로 멀리 집이 있다. 마치 창 밖에 초원이 펼쳐져 있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다시 보면 풍경화가 걸려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야수파 화가인 마티스는 이 그림에서 등장하는 요소와 함께 전반적인 분위기 그대로 작품의 제목을 지었다.
그의 액자 사랑은 그림 속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실제 액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언제나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액자와 맞닿는 면이다. 따라서 화면의 그림이나 스케치는 액자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그림뿐 아니라 그림에 맞는 액자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액자를 스스로 제작하며 금박을 입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예로 ‘초록 줄무늬 (부제: 마티스 부인의 초상)’라는 작품의 액자는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의 보존실에서 복원되었다.
복원 전에는 액자의 장식에 금이 가서 큰 조각이 떨어졌고, 잎 모양이 파괴되었다. 이 문제로 액자는 물론 그림의 미관까지 해치게 되어 복원이 계획되었다. 복원팀은 가장 먼저 구석구석의 표면 먼지를 제거해주고, 두번째로 균열부분을 접착시키고, 떨어져 나간 부분을 석고로 떠서 모양을 비슷하게 만든 후 붙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원래 액자 색과 비슷하게 색칠을 했다. 마침내 액자의 복원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마티스의 그림과 그의 액자가 만나게 되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그가 주장한 말을 다시 기억해 보자.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액자와 맞닿는 부분이다.”부인의 코는 제목 그대로 초록 줄무늬가 감각적으로 색칠되어 있다. 여인의 얼굴을 중심으로 3가지 색의 면들이 보이는가? 또한, 그 3가지 색 면들과 맞닿은 액자는 그림과 잘 어울리는가? 매섭게 바람이 부는 바깥세상에서 액자를 건너 그림 속으로 들어오면, 마치 그녀가 있는 공간은 감각적인 색들과 어우러진 프랑스의 어느 아늑하고 따뜻한 실내에 있는 듯 느껴진다.
글·사진 | 조자현 예술학ㆍ회화보존전문가ㆍ제나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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