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2012 SEPTEMBER Vol.386
의사, 마음의 울림에 귀기울이다
심장내과 김수중 교수
요실금,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가을철 단골질환 코피, 비염은 아닐까?
피곤한 수험생, 잇몸병주의보
스마트폰 시대, 눈은 괴로워
백혈병, 다양성의 소중함
체외충격파쇄석기
안면마비센터
성북동길
(21)신경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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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구석구석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장, 심장내과 전문의 김수중 교수는 제한적인 진료시간이지만 환자와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의 이야기에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라고 믿고있다. 그래서 그는 환자의 어두워진 마음 속, 빛을 환히 밝힐 힘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진료실에서 환자가 이야기할 기회를 줘야해요. 질환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 속 이야기는 모두 살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오거든요. 들어주고 수긍해주고 조언해주다 보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죠. 이상적인 의사와 환자 관계 형성에도 꼭 필요합니다.”
전문분야 | 허혈성심질환, 동맥경화, 고혈압
진료시간 | 월·금(오전), 수·목(오후), 토(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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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의 고민 중 하나인 요실금은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 땀 배출이 줄어들고 추위와 함께 나타나는 감기가 요실금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요실금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밖으로 새는 것으로 위생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또 수치심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주기도 한다. 성인 여성의 30~40% 이상에서 나타나며 중년층뿐 아니라 출산과 스트레스로 젊은 층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기준에 따라 분류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요실금은 크게 복압성 , 절박성 , 혼합성, 범람성으로 나뉜다. 복압성 요실금은 운동으로 힘이 들어가거나 재채기나 기침으로 복압이 높아질 때 나타난다. 절박성 요실금은 급작스럽고 강한 배뇨 충동으로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심지어 물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소변을 흘리는 증상이다. 혼합성 요실금은 이 두 가지가 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며 범람성 요실금은 방광배뇨근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여 소변을 조금밖에 배출하지 못해 잔뇨가 많이 남아 방광이 늘어나서 생긴다.
정민형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전문분야 | 부인암, 내시경수술, 로봇수술, 요실금, 골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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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는 환절기가 다가왔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큰데, 이런 날씨의 변화에 따라 신체 리듬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일교차가 크면 환경에 대한 인체의 적응능력이 저하되기 쉬워 감기에도 잘 걸리게 된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비인두염(코와 목의 바이러스 염증)으로 목이 따갑거나 아프고,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년 중 아무 때나 걸릴 수 있으나, 초가을부터 늦은 봄 사이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소아는 1년에 평균 6~8회 감기에 걸리며 1년에 12회 걸리는 경우도 10~15%나 된다.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해에는 집에만 있던 때보다 50% 이상 감기에 잘 걸리고, 3세 이전에 다니기 시작하는 아이는 더 자주 걸린다. 감기는 나이가 들면서 걸리는 횟수가 줄어들어, 성인에서는 1년에 2~3회 정도 걸린다.
감기 증상은 바이러스 감염 후 1~3일 사이 시작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인두통(목의 통증), 코 막힘, 콧물 등이다. 인두통이 가장 먼저 나타나서 빨리 좋아지며 코 증상은 보통 2~3일째 나타난다. 기침은 감기 환자의 3분의 1에서 나타나는데 대개 코 증상 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두통이나 근육통, 고열 등은 드물게 나타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기의 경우에 고열이 더 흔하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1주일 정도 가지만 10% 정도는 2주까지 지속된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도 환절기에 많이 나타날 수 있으나 감기보다는 코 가려움과 재채기 증상이 더 심하고 기침, 인두통, 발열은 없다. 콧물은 누렇지 않고 맑은 물처럼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50%에서 눈이 간지럽고 충혈되며 눈물이나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는 알레르기 결막염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는 인플루엔자 감염을 제외하고는 없다. 증상에 대한 치료(대증치료)를 하게 되나 소아에서는 약물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되는 약(over the counter: OTC약물)에는 항히스타민제, 진해제(기침 진정 약물), 점막충혈제거제 등이 포함되는데, 소아에서는 이러한 약의 실제 효과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가 미약하며 잠재적인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FDA에서는 2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기침과 감기에 대한 OTC 제품의 사용을 제한하였으며, 6세 이하의 소아에 대해서는 효과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감기의 합병증은 중이염이 가장 흔하다. 감기에 걸린 소아의 5~30%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탁아시설에 다니는 유아에서 더 흔하다. 다른 흔한 합병증으로는 부비동염(축농증)이 있는데, 만약 감기가 낫지 않고 누런 콧물, 기침이 10~14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의심해 봐야 한다. 감기에 대한 증상치료로 중이염이나 부비동염과 같은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할 수는 없다.
인플루엔자를 제외하고는 감기 원인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으며, 비타민C나 에키네시아와 같은 허브도 알려진 바와는 달리 과학적으로 입증된 감기 예방효과는 없다. 감기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나영호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분야 | 소아호흡기와 알레르기, 소아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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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주변에서 가을만 되면 코피가 잦아진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자고 일어났을 때와 세수할 때 나는 코피 때문에 걱정도 되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면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건조한 가을에는 평소보다 코 안에 이물질이 많아지고 건조해진다. 그래서 코에 손이 많이 가고 자주 후비게 되어 코피가 나는데, 단순한 코피가 아니라 비염일 수도 있다. 비염은 이름 그대로 코에 생기는 염증이다. 코 염증은 비점막을 얇게 하고 혈관이 두드러지게 한다. 따라서 약한 자극에도 혈관이 터져 코피가 나기 쉽다. 특히 소아는 비염이나 부비동염과 같은 염증 질환이 있을 때 코피가 흔하게 발생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은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나 40종의 알레르기 혈청 검사를 통해 가능하므로, 특이한 비염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구성원이 있다면 더욱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 이외에 안면 수상, 고혈압 등이 코피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간단한 문진이나 혈압 체크를 통해 진단할수 있다. 특히 고령자는 고혈압 자체로 코피가 빈번해질 수 있고, 뇌졸중 예방을 이유로 복용하는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가 코피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코피가 심하면 주치의와 상의 후 원인이 되는 약물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한다. 간혹 드물게 혈액 속에 항응고인자가 부족하면 코피 외에도 잦은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멍이 잘 들고 출혈이 잦았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므로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코피가 나면 일단 콧구멍을 막아야 한다. 가정에서도 솜이나 휴지 등으로 콧구멍을 막고, 코 날개를 꽉 누르고 있으면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코피는 쉽게 멈추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간혹 코 뒷부분에서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을 만큼 다량의 코피가 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출혈 부위를 찾을 수 있도록 병원을 방문하여 내시경 관찰을 받아봐야 한다. 잦은 코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때에는 전기소작술을 통해 그 빈도를 낮출 수 있으나, 소아는 협조가 쉽지 않으므로 평소에 비점막에 바르는 보습제 등으로 코피를 예방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나 비강스프레이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한 경우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한 면역치료로 알레르기의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신승엽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분야 | 코성형, 비부비동염, 알레르기성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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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에게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이다. 낮에는 학교에서 쉴 틈 없이 수업에 열중해야 하며, 하교 후에도 학원과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5시간 이상 잠을 자면 대학에 갈 수 없다”라는 말만으로도 수험생의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수험생이 늦은 시간 공부 중 먹게 되는 간식은 잇몸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간식 후 공부하다 잠자리에 들 때 반드시 칫솔질을 꼼꼼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피곤과 귀찮음 때문에 그대로 잠자리에 드는 일이 많아지면 치은염이 생기기 쉽다. 처음에는 칫솔질할 때 가끔 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칫솔질 할 때마다 잇몸에서 피가 난다. 수험생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우며, 공부의 중압감 때문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익 교수
경희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전문분야 | 치주성형술, 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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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하철, 버스, 혹은 길거리에서 젊은 사람들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 것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받고 또 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세상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좋기만 할까? 옛기억을 잠시 되새겨보면 우리가 자라던 시대에는 TV 시청 시 1m 이상 떨어져 보기가 권장되기도 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모니터 화면과 눈의 거리는 30cm로 줄어들었고 당연히 이로 인한 눈의 피로도 증가했다. ‘안피로증후군’이라 불리는 다양한 눈 피로 증상이 나타났고 젊은 층에서는 안구건조증 환자가 급증하기도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32세 김모씨는 최근 심해진 눈의 충혈과 건조, 눈부심, 두통, 어지럼증, 목 뒤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는 평소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진료를 받으러 진찰실에 들어와서도 그의 눈은 계속 자신의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증상의 원인은 무리한 눈의 사용과 이로 인한 경추경직과 자율신경실조였다. 환자에게는 적절한 치료와 함께 하루 30~50분의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한 운동, 그리고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유했다.
남혜정 교수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전문분야 | 직장인눈피로, 이명, 난청, 코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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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수련과정은 골수와 말초혈액 판독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전공의 1년 차 3월, 사람의 골수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각각의 세포가 갖는 색, 모양, 크기의 다양성에 놀라고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정상 골수 판독을 배우고 나면 백혈병, 골수이혈성증, 골수증식증 등의 병적 소견을 배우는데, 이 중 백혈병은 판독하는 이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다. 백혈병은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전문의 사이의 소견에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비교적 적다. 이유는 백혈병 골수가 보여주는 ‘다양성의 상실’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조선영 교수
경희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분야 | 임상화학·진단분자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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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병명 진단과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환자 중에는 이런 의료기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검사와 치료에 앞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의료장비에 대해 알아봅니다.
배뇨 장애와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요로결석은 소변 중 과포화된 특정물질이 침착돼 결석을 만드는 질병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다. 결석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체외충격파쇄석기를 이용해 콩팥이나 요관의 결석에 충격파를 가해 깨트리는 방법이다.
특수 전자장치에 의해 발생된 고에너지 충격파는 한 곳에 집중될 때 강력한 충격 효과가 있는데 체외충격파쇄석기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체외에서 발생시킨 충격파의 초점을 체내 결석에 맞춰 발사해 직경 2mm 이하의 작은 가루로 깨뜨려 소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출하게 한다. 특히 이 충격파는 물속이나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인체조직을 잘 통과하기 때문에 신장이나 주위 조직에는 아무런 손상을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체외충격파쇄석실
문의 | 02-958-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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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도한 업무와 야근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용재(남·47세)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동료들과 음주 후 무심코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으며 비눗물이 들어가서 눈이 따끔따끔거리기까지했다. 또 양치질 중에는 물이 새기도 했다. 급한 마음에 응급실을 찾았더니 말초성 안면마비란 진단을 받았다. 처방받은 약물의 복용 외에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으니 안정하면서 기다려보란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에 재방문하여 2주간의 집중적인 입원치료 이후 통원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호전되었다.
홈페이지 | http://www.khuoh.or.kr/face/
문의 | 02-958-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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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의료원장 임영진)은 고객감동 실현을 위한‘2012 고객서비스 슬로건선포식’을 진행했다. 지난 8월 24일(금) 의료원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주요 보직자를 비롯한 300여 명의 교직원이 참석해 서비스슬로건 선포와 다양한 행사를 함께 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의료원은 고객을 기분 좋게,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에서“고객님이 활짝 웃을 때까지 활짝 서비스를 실천합니다”를 서비스슬로건으로 대내외에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직원의 서비스행동강령으로“오활짝서비스”를 채택했다. 정용엽 QI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선포식은 서비스슬로건과 강령 제정 취지 설명, 원장단과 교직원 대표의 서비스 배지와 어깨띠 패용식, 서비스슬로건과 강령 선포와 제창 그리고 본관에서 서비스표지판 제막식이 이어졌다. 의사/간호사/원무창구직원/검사실직원 등 고객접점부서 근무자가 환자/보호자를 대면할 때 5가지 서비스를 활짝 펼치자는 뜻을 담은 오활짝서비스 운동은“활짝 인사하기, 활짝 경청하기, 활짝 공감하기, 활짝 설명하기, 활짝 배웅하기”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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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배울 때 죽음의 5단계를 외워야 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라는 의사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5단계로 구분했다. 부정, 분노, 우울, 타협, 수용.
학생 때는‘부분-우타수’하며 앞글자만 따로 떼어 외우기에 급급했지만, 의사가 되어 죽어가는 수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천재성에 감탄하곤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5단계를 모두 거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부정과 분노, 우울한 과정 없이 곧바로 타협하며 죽음을 수용하고, 어떤 사람은 부정하고 분노하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우울 단계를 극복하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암환자의 자살률이 높은 건 이 때문이다. 이런 사람마다 차이는 퀴블러 로스도 지적했고,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이 다섯 단계는 한 개인에게도 계속 순환한다는 것이다. 부정과 분노 그리고 우울 단계를 극복해 타협의 경지에 도달했더라도 어느 순간엔 부정하며 분노하는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고, 죽음의 마지막 단계인 수용에서조차 다시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초등학교 시절 형과 내가 성당에 다니게 된 것도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다. 그중에서 성가대 활동은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일상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딸이자 당신의 첫 손녀를 돌보는 일을 제외하고는 성가대 활동에 빠지는 일이 없었다. 아버지 신앙심의 깊이가 어땠는지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돌보아 주시는 일이라 생각하신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는 폐암에 대해 부정하거나 분노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하느님께 맡겨두면 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일요일마다 미사에 참여했고, 성가대 활동도 평소와 다름없이 참여하셨다. 하지만 폐암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병세가 악화될수록 끊임없는 기침을 유발한다. 그리고 기침은 노래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쌀 한 가마니를 번쩍 들 수 있는 기력이 있었음에도 아버지는 성가대 연습에 참여하는 걸 그만두어야 했다. 폐암이란 진단을 담담히 받아들였던 그런 아버지였지만 성가대 활동을 접어야만 하는 순간이 닥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으셨고 집에서도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동안 잘하시던 식사도 이 즈음에는 거의 하지 않으셨다. 암환자에게 흔한 우울증이란 합병증이 아버지에게도 온 것이다. 현대의학은 암환자에게 우울증이 흔히 동반한다는 것을 교과서에 써놓았지만 그럼에도 암환자의 우울증까지 살피는 병원은 거의 없다. 어쩌면 그건 병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아내의 도움으로 항우울제를 써봤지만 별 소용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 시기에 아버지를 어떻게 도와 드려야 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는 그런 일상이 어려워지고, 게다가 끊임없는 기침과 통증이 두려움을 넘어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우울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물건을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써놓으신 일기 몇 장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하얀 A4 용지에 연필로 성경 구절이나 기도를 쓰셨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기도를 쓰는 동안 기침과 통증이 없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죽음을 준비했다. 그 사이 주치의는 진통제 처방을 늘렸고, 의사인 아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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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참 좋은 길이 있다. 혼자여서 더 좋은 길인지도 모를 그 길을 걷는다. 길은 그곳을 사랑한 사람들의 애정이 깃든 공간이다. 혜곡 선생의 생가가 있고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가 있는 곳, 내쳐 걸으면 미소 담뿍 담아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를 만나고 수연산방의 진한 대추차를 마시며 심우장까지 걷는다. 콧등에 땀이 살짝 어리지만 지난달의 더위와는 사뭇 다르다. 바야흐로 9월이 되었고 성북동 위로 아늑한 볕이 길게 드리운다.
글·사진 | 유현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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