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재
- 경희의료원 약사
항생물질은
처음 발견 이후, '기적의약(miracle drug)' 또는 '신비의 탄환(magic
bullet)' 으로 불릴 정도로 놀라운 효능을 보였다. 실례로 1942년
보스턴 유흥지대 '코코넛 그로브'의 나이트클럽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무려 400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24시간 후,
살아있던 200명의 환자들은 7시간동안 빗속을 달려온, 정제되지도
않은 페니실린에 의해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날 이 항생제의 오남용이 그렇게도 문제가 되는 것은 다 알고
있듯이 병원균에 약제 내성(drug resistance)을 일으켜 항생제 자신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또 설명하겠지만, 약제 내성의 발생은
복합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 신약개발과정에 대해 한마디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우리 나라는 신약을 만들기 열악한 실정이니 선진국의
예를 들어보겠다. 일반적으로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려면 약 10년의
기간 동안 고급두뇌로 뭉쳐진 연구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험실에서
해당 병원균과 싸워야 한다. 동물실험까지 다 끝나면 임상시험이라는
훨씬 어렵고 책임이 큰 과정을 다시 넘어야 한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독성(이건 정말 예측할 수 없다.)이 발견되어 애초에 잘못
팠던 우물이었음이 드러나면,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들어갔어도 그걸로
끝이다. 그 결과,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신약을 찾아내면 먼저
특허를 내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허가를 내기 위해 트럭 두 대 분량의 서류를 별도로 꾸며 제출해야
한다. 잊어 버릴 때 쯤이면, 서류에 대한 회신이 오고, 다시
사람에게 투약되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흡수경로를 알기 위한 실험이
뒤따라야 상품화의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우리 한화로
약 수천억이 들어가는 이 길고 소모적인 과정들을 아주 단시간에
수포로 만들 수 바로 약제 내성이다.
(병원과희망 2001년 월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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