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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최현림 교수
의학사전에도 없는 봄철 피곤증
47세 되는 회사원이 최근에 너무도 쉽게 피곤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게 느껴져 무슨 신체적인 질병이 생기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면서 진료실을
찾아왔다. 최근에 회사에 무슨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변화가 없는지 물어보고 이런 저런
증세에 대해서 물어보았으나 피곤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신체 진찰을 해 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수면은 여느 때와 같이 7시간 정도를 잔다고
하였고, 아침 식사도 대체로 잘 먹는 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흔히 피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각종 질병의 이상 유무를 알아보고자 혈액검사, 요검사, 흉부엑스선 촬영
등을 실시하여 보았으나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매년 이 때쯤 되면 병원의 진찰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그래서 피곤함이 주 증세로 오는 흔한 질병에
대한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해보아도 대부분 신체적으로는 정상임을 알 수가 있다.
우리네 조상들은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이 피곤증을 의학사전에도 없는
'춘곤증(春困症)'이라고 불렀다.
환경변화에 바로 적응 못해 생겨
봄철이면 어딘지 모르게 노곤하고 고달프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의 변동에서 연유한다. 겨울철에는 에너지와 비타민 및
무기질의 섭취를 충분히 할 수가 없다. 낮은 짧고 밤은 길어 활동량이 줄고 휴식과 수면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럭저럭 그 동안 축적된 몸 속의 에너지와 영양분으로 지탱을 하여
왔다. 하지만 봄이 되어 점점 길어지는 낮 시간과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밤 시간 때문에
활동량은 많아지고 휴식과 수면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데 그 빈곤한 신체로 이러한 환경
변화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피로는 이 때문에 오는 신호이다. 그래서 특히
이른봄에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차츰 신선한 채소와 과일과 에너지를
섭취하고 계절에 적응이 되어 가면 피곤함은 차츰 사라진다.
정신적인 원인도 많아 이렇듯 피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신호이다. 즉 우리 몸이 어떻게 대처해야 된다는
권고이기도 하고, 신체나 정신의 질병이 시작되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신체적인
수고의 결과로 찾아오는 피곤은 때로 우리로 하여금 보람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뚜렷한 원인도 없이 찾아드는 피곤은 상당한 고민거리를 초래한다. 피곤은 드물지만 간염,
당뇨병, 폐결핵, 빈혈, 갑상선질환, 암 등 많은 신체적 질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며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 원인에 의한 경우도 많다.
7∼8시간 일정한 수면 취해야 춘곤증은
적절히 대처해 나가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들 수
있다. 1) 충분한 영양분의 섭취와 신선한 과일과 봄나물의 섭취를 많이 한다. 2)
수영, 자전거 타기, 조깅, 에어로빅 등 자신에 알맞은 운동을 선택하여 규칙적으로 점차
운동량을 늘려나간다. 3)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한다. 4) 하루의 업무량을 균등하게
분배하여 일정한 리듬을 갖는다. 5) 열중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갖는다. 그러나 지나친
여가활동은 피한다. 6) 충분한 휴식과 7~8 시간의 일정한 야간 수면을 취한다. 7)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담배를 끊는다. 8) 꼭 필요한 약이 아니면 복용하지 않는다.
9) 권태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근무 환경을 바꾸거나 곧바로 기분 전환을 시도한다.
10) 단순한 피곤함 이외에 다른 증세가 수반되면 곧바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나의 춘곤증 정도는?
춘곤증의 증세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춘곤증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가를 체크해 보자.
1) 온 몸이 나른하다. 2) 두통이 있거나
머리가 무겁다. 3) 하품이 자주 나온다. 4) 자주 졸리다.
5) 눈이 피로하다. 6)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7) 어깨가
뻐근하다. 8) 생각이 집중되지 않는다. 9) 남과 얘기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10) 불평을 잘 늘어놓는다. 11) 성욕이 감퇴된다.
12) 기분이 가라앉지 않고 조바심이 난다. 13) 일에 열중하지
못한다. 14) 일에 실수가 잦다. 15) 음식 맛을 잘 모른다.
16) 봄나물이 먹고 싶다. 17) 졸리는데도 잠들지 못한다.
18) 아침에 깨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19) 음주나 흡연의 정도가
지나치다. 20) 현기증이 나고 기분이 나쁘다.
위의 20항목 중 5항목 이하에 해당하면 보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6항목 이상 본인에게 해당하는 항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춘곤증을 많이
느낀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