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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까불어도, 너무 얌전해도 문제
출처 : 신경정신과 - 반건호 교수    최종수정 : 2000-06-04     입력 : 2000-06-04

 초등학교 입학 아동을 위한 건강조언 1

  소아정신과 반건호 교수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참으로 소중한 순간이다. 아이는 이제 실로 영유아기를 지나 예비 사회인 학교라는 곳에 발을 디디게 되는 것이고, 부모 입장에서는 아기로만 여기던 자식이 어느덧 아이로 자라서 학교라는 큰 틀 속으로 들어가는 감격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순간이 아이에게는 무조건 즐거울 수 만은 없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달리 학교는 많은 통제와 숙제같은 책임이 따르게 되므로 재미나게 다니던 이제까지의 생활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감격스럽기도 하겠으나 그 감격에 버금가는 기대가 솟구칠 수 밖에 없다. 요즘 부모들은 초등학교 들어가면 벌써 대학입학 준비단계라고 긴장하기까지 하다보니, 옛날 자신들이 코닦이 수건 달고 국민학교 다닐 때 생각은 다 잊고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학원수업을 덧붙이고 천재아동의 출현 기대를 아이에게 강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천천히 자라난다. 부모의 과도한 욕심과 기대 이전에 초등학교에 가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갈 준비는 되어 있는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 줄 것인지, 부모인 내가 학부형이 될 준비는 되었는지, 학부형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한 가정당 평균 자녀수가 1.7명으로 대개 한 명 내지 두 명이다. 즉, 아이들이 형제많은 집에서 자라던 과거와는 형편이 달라졌다. 가정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사회화 과정이 많이 늦어진 것이다. 유치원을 대개 졸업하지만 학교는 그보다 많은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배우고, 6학년까지 더 많은 아이들이 한 건물 안에서 생활한다. 집단생활의 시작이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확 줄어드는 단체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 남은 기간에 캠프 참가 등을 통해 알아 볼 수도 있다.

에릭슨이 말한 대로 초등학교 시절 가장 중요한 발달과제는 근면함과 열등감이다. 초등학교 시기에 근면함이 몸에 배지 않으면 평생 열등감을 안고 살게 될 수도 있다. 등하교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교를 청소하고,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급식을 하고, 밥을 먹고, 숙제를 하며 일기를 쓰는 등, 이 모든 행동이 우리가 평생 살아가며 필요한 근면함을 교육하는 것이다. 아이가 이러한 근면함을 익힐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 입학 전 아이의 건강 점검
① 시력검사를 통해 학교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확인
② 치아문제
③ 배변습관, 편식습관 등을 확인하고 교정
④ 잠자리에 드는 시간, 양치습관등도 중요
⑤ MMR, DPT, 소아마비 2차 접종도 확인

학교에 가면 공부를 한다. 요즘 아이들은 한글, 숫자, 셈은 기본이고 심지어 영어 알파벳까지 다 떼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우리 아이는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다른 아이들과 진도를 맞출 필요는 없겠으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모자라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 본다. 또한 우리 아이에게 최소한의 학습능력은 있는지 부모가 알아야 한다.

■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ADHD)
잘 까불고 발랄하고 잔머리 잘 굴리는 우리 아이가 사실은 요즘 한참 문제가 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ADHD)’같은 문제는 아닌지 관찰한다.
ADHD 아동은 어릴 적부터 산만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 외에는 집중을 못 하고, 가만히 있도록 하면 손발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몸을 움찔거리고 손가락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등 주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닌다든가 친구들에게 장난을 친다든가 해서 수업을 방해하거나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소위 IQ가 좋아도 학습에 문제가 생기며, 문제아로 따돌림 당할 가능성이 높다.  

■ 분리불안
막상 입학을 시켜 놓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서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가 엄마(또는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분리불안이다. 유치원과 달리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학교에 가는 것이 아이에게는 싫을 수도 있다. 집은 편안하고 안전하고 어리광이 통하는 곳이지만 학교는 힘든 곳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결국 학교에 보내는 것이 어렵게 될 수 있다.  학교에서는 엄마와의 격리 이외에도 아이에게 여러 가지 과제를 부여하고 적응과제를 수행하도록 한다. 아이가 일반적으로 엄마와의 애착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아동은 외부로 노출되고 진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엄마와의 애착이 안정된 아이가 대체로 다른 아이들과의 친구 만들기도 수월하다. 어찌 보면 사랑받는 아이가 다른 이를 아껴주고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경우 원칙은 '학교에 절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엄마가 한동안 학교에 같이 등하교 하는 방법도 있고, 심지어 교실밖 복도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선생님과 상의해서 가능한 학교에 결석하지 않는 한 여러 가지 방법을 융통성있게 적용한다.

외래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에 대해 물어보면 '수학', '즐거운 생활', '국어' 등 수업시간을 드는 경우도 있으나 어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라고 한다. 공부도 즐거우면 더 좋겠으나 학교는 수업 이외에도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쉬는 시간이 즐거운 아이는 친구가 많은 아이며, '잘 놀 줄' 아는 아이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에 친구를 못 사귀는 아이들고 공부가 재미있고 공부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학교 사회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사회화'를 제대로 배우려면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

■ 부모의 역활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 큰 변화이다. 부담이 되는 면도 있으나 잘 이용하면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학교라는 스트레스를 적당히 활용하면 지금까지의 나쁜 습관을 포기하고 좋은 습관을 익히게 하는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엄마와 함께 자던 아이를 혼자 자도록 한다든가, 목욕할 때 무섭다고 목욕탕 문을 열고 하던 아이가 문을 닫고 혼자 씻도록 한다든가, 일기를 매일 쓴다든가, 저금을 한다든가 등등 아이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일단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부모 역할도 늘어난다. 신경 쓸 일도 많다. 우선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아이를 통해 확인한다. "오늘 학교 어땠니?"라며 아이가 학교에 대해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필요한 물건을 챙겨주고, 아기가 남의 물건을 바꿔오거나 집어오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아이 숙제를 봐줘야한다. 함께 해주는 것이 아니고 숙제에 관심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상생활에서 학습과 관련된 활동을 늘리도록 조절한다. 박물관 관람, 음악회 관람, 운동경기장 관람, 미술관 찾기, 도서관가서 책빌려보기, 학습과 관련된 컴퓨터 게임 찾아보기 등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담임교사와 자주 대화를 하도록 노력한다. 어찌보면 한국판 치맛바람이라고도 오해할 수 있으나 자기 아이를 일년간 맡아서 돌봐주는 교사와 학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어찌 당연하지 않겠는가?

학교성적과 관련해서 과도하게 상금을 주거나 상품을 주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데 불필요한 보상으로 순수한 즐거움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 아이의 학교 수업시간, 학교 구조 등 아이의 생활에 관심을 가진다. 아이가 집에서‘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준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나아지고 있음에도 가장 좋아지지 않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는 놀면서 자란다. 자라게 하기 위해서 학원과 과외활동을 강조하면서 가장 중요한 '놀이'를 빼버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는 자라는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는 아이가 자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는 꽃이고 나무이다. 곧게 자란 소나무만 나무가 아니고, 장미꽃만 꽃이 아니다. 키작은 채송화도 꽃이고, 참나무도 나무이다. 우리 아이들이 꽃을 피우고 나름대로 씩씩한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부모는 땅을 갈고 비바람을 막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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