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일·신경정신과교수
알코올중독과
뇌의 기능 지나친
음주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동시에 정신질환의 결과가 과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만큼 술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그 예로 알코올의존(알코올중독)
환자의 최소한 반수 이상에서 우울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우울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과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알코올의존과 우울증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여러 연구를 통해 보면 알코올 의존과 우울증은
결국 같은 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다. 알코올의존 환자의 가족 중에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우울증 환자의 가족들은 흔히 술로 인한 문제를 갖는다.
그래서 알코올 의존과 우울증은 속으로 그 원인이 같다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날 때에 남자인 경우에는 과음현상으로, 여자인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나타나게 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술은 자살과도 관계가 깊다. 알코올의존 환자의 자살율은 보통 사람들의 30배나 되고,
알코올의존 환자 3명중 1명 꼴로 자살을 기도한다는 통계도 있다. 술은 사람의 감정·판단력·자기조절능력
등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살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술에 빠져있는 사람의
최소한 3분의1 이상은 성격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성격의 결함으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술을 탐닉하게 된다.
5%에
이르면 호흡중추 마비 사망 술은
마시면 즉각 뇌에 영향이 미치므로 과음이 오래 계속되다보면 당연히 여러 가지의 정신병(알코올성정신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그 최후는 바보(알코올성치매)가 되는 것이다. 일단 바보가 되고
나면 술을 끊어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 상습적인 과음은 분명히 정신질환이다.
술은
마시면 즉각 위에서 흡수되어 피 순환을 따라 뇌에 전달된다. 우리 몸의 피 속에 알코올성분이
0.3% 정도가 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0.5%가 되면 이미 몸이 말을 잘 안듣기
시작하고 조금 비틀거리게 되며, 1%가 되면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진다. 2%가 되면 정신이
흐려지고 착란이 오게 되고, 3%에서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되며, 4%가 되면 완전히
마취되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5%에 이르면 호흡중추가 마비되어 죽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사교성 음주자들에게 해당되는 현상이다. 알코올에 중독이 된 사람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생겨있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도 잘 견디는 수가 많다.
술은
뇌기능을 억제시키는 일종의 마취약이다. 뇌의 억제중추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술이 조금
들어갔을 때는 오히려 기분이 들뜨고 활동도 활발해진다. 그러나 술의 양이 많아지면
마취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서 정신과 신체기능 모두가 저하된다. 처음에는 뇌의 가장 윗부분인
뇌피질만 영향을 받아 긴장과 억압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지만, 술이 많이 들어가면 점차
생명의 기본을 맡은 아랫부분의 뇌간 등이 영향을 받아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술을
상습적으로 지나치게 마시다 보면 뇌세포가 알코올에 적응되어 알코올 기운이 있어야만
제 기능을 하게된다. 어쩌다 안 마셔서 알코올 기운이 떨어지면 뇌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만성 알코올중독자들의 뇌를 보면 정상인의 뇌보다 많이 쪼그라들어
있다. 정상인의 뇌보다 무게도 훨씬 가볍다. 뇌세포가 많이 죽어서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뇌 속의 빈 공간인 뇌실이 정상인보다 넓어져 있고 뇌 겉의 홈이 넓게 푹 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성 중독자는 서서히 뇌기능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금단증상과
술꾼의 심리 알코올중독
또는 알코올의존이라고 하는 병적인 음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알코올남용'과 '알코올중독'이다.
술에 심리적으로만 의족하고 있는 상태를 알코올남용이라고 하고, 술에 심리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도 의존되어 있으면 알코올중독인 것이다. '신체적 의존'이란 술을 끊으면,
즉 알코올 기운이 몸에 남아있지 않으면 몸과 마음의 기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술을
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알코올중독이라고 한다. 술에 중독된 사람이 술을
끊으면 우선 떨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손을 떨고 혀와 눈꺼풀도 떨린다. 또 구역질이
나고 전신이 쇠약해진다.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가슴이 뛰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오르고, 마음이 불안초조해지며, 잠을 못자고, 간질발작과 같은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흔히 위장염이 수반되며, 입이 몹시 마르고, 머리가 아파지며, 몸이 붓기도 한다.
때로는 일시적으로 헛것이 보이거나 헛소리가 들리는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금단증상은
술을 끊은 직후에 나타나 보통 5∼7일 정도 계속되다가 서서히 없어진다.
금단증상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진전섬망이다. 오랫동안 폭주를 계속하던 사람이 갑자기 술을
끊었을 때에 생기기 쉽다. 불안·초조·공포와 함께 온몸을 심하게 떨며 의식착란을 보인다.
환각이 심한데, 특히 헛것이 보이는 환시가 주로 나타난다. 작은 곤충이나 동물이 수없이
몰려와 몸에 달라붙거나 벽과 천장에서 기어다니는 것처럼 보여 두려움에 떨게 된다.
진전섬망은 술을 끊은 뒤 3일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며칠간 계속되는데 10일 이내에는
대개 회복된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15% 정도가 생명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기분
좋아도 한잔, 나빠도 한잔 술은
왜 마시게 되는가? 불안해결의 도피수단으로, 또 자기파괴적 욕구가 음주로 표현되며,
심한 열등감과 책임감으로부터의 도피가 음주를 초래한다고도 한다. 술은 감정을 카타르시스
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억제된 감정을 표출시켜 때로는 일시적으로 노이로제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술꾼은 '기분이 좋아도 한잔, 나빠도 한잔' 하는 식으로 술을
마실 구실을 끝없이 만들어 낸다.
그러나
술마시기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악순환에 일단 빠지게 되면 거기에서 해어나기 어렵고,
그 결과 여러 가지의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술꾼(상습적 음주자)들은 대개 다소간의
죄책감을 마음속에 잦고 있다. "이렇게 마셔서는 안되는데…" 하는 미안하고 죄를 짓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죄책감을 잊기 위해 또 술을 마시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어떤
새로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그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해지는 것도 술꾼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들은 과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고, 자기 비난과 자책을
계속하며, 약속과 결심을 수없이 하되 그것이 지켜지는 법이 없다. 술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려는 경향이 심하며, 의지력과 사고력이 약해진다. 끝내는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황폐화되는 심리적 귀결에 이르게 된다.
술꾼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술에 대한 관심이다. 때로는 술을
마시는 자체보다도 어디에서 어떻게 마실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둔다.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주 금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둘째, 자신의 음주문제를 부정한다. 술마시는
이유를 합리화하여 자신은 알코올중독이 아니라 과음할 뿐이라고 변명한다. 셋째, 지독한
자기혐오의 감정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혐오의 감정 때문에 겉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자기불신과 비하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될 때도 있다.
여성음주와
유아알코올증후군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여성 음주자가 늘고 있다. 그 결과 요즘은 알코올중독으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제법 눈에 띄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인남자의 10%, 성인여자의
2∼3%가 알코올중독이라는 통계가 나올 만큼,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심각한 정신건강상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술을 마실 때에는 남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갈등을 동반한다. 불안·우울·죄책감
등의 정신병리가 음주를 시작하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남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남자처럼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경우는 드물고, 고독해서 또는 화가 나서 혼자 마시는 수가 많아
그 결과도 안 좋다는 것이다.
일단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해서 알코올중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훨씬
빠르다. 즉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여자들이 더 쉽게 중독이 되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알코올을 더 빨리 흡수하고, 피 속의 농도가 빨리 높아진다고도 한다. 같은 나이의 알코올중독자라도
대개 남자보다 여자들의 음주경력이 짧다. 그런데도 술로 인한 병은 여자에게 더 많이
생긴다. 빈혈이 심하게 나타나고, 위궤양·간경변·췌장염 등도 여자에게 더 많다. 특히
중년기 이후의 여자가 알코올 중독이 되었을 때에는 남자보다 간경변증이 더욱 많다.
과음하는
여자는 안 마시는 여자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은 산부인과 질환을 앓는다고도 한다. 불임·유산·자궁수술
등의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 몇 달 이상 과음하다 보면 생리가 없어지기도 한다. 또
여성의 과음은 자신의 불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음하는 여자가 낳은 아기는 사망율도
높고 병에도 잘 걸리며 정신적으로도 결함을 갖게 되는 수가 많다. 알코올중독자인 어머니가
낳은 아기는 발육도 안 좋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수가 많다고 해서 '유아알코올중후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여성의
과음은 거의 정신질환의 결과로 보면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우울증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여성의 과음은 거의 예외 없이 가정적인 문제와 결부된다. 때로는 과음이 가정불화의
원인이기도 하고 때로는 결과이기도 하다.
음주와
성기능은 관계있다? 술이
성기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술이
어떤 작용을 하느냐는 맥더프의 물음에 포터는 "술은 색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죽이기도 한다. 술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나 실제의 행위는 빼앗아가 버린다"고 대답한다.
술을
최음제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마신 뒤 성적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주 후에 성적으로 난폭해지는 경우도 있고,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술로 인해 평소 억제돼 있던 본능적 충동이 겉으로
튀어나오는 일시적 현상이지 술 자체가 성적 행동을 더욱 높여주거나 흥분효과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술이 많이 들어가면 성기능이 마비되어 성행동이 불가능해지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만성적으로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성교불능 증세가 많다. 또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불임증도
많고, 고환의 위축을 일으키며, 가슴이 여자처럼 커지는 여성형 유방도 생기게 된다.
남자의 여성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남자가 술을 장기간 마심으로 해서 초래되는
여성화의 현상은 알코올의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각 기능이
악화되고 그 결과 2차적으로 여성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술을 끊으면
대개는 회복된다. 그러나 일단 고환의 위축이 일어난 뒤에는 술을 끊어도 원상태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
알코올에
중독된 여자들은 흔히 두 가지의 상반된 성기능 장애를 보인다. 그것은 불감증과 난교의
현상이다. 알코올은 여성에게 성감을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해 일부는 성적으로 부도덕해지는가
하면 반대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불감증을 갖게 되는 여자도 많다. 알코올은 여자들에게
이중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셈이다. 성기능이 약하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이 혹시 효과가
있을까 싶어 술을 마셔보는 수가 있는데, 이것은 대개의 경우 금기로 되어 있다. 술을
조금 마셨을때 심리적으로 억제가 풀려 일시적인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결국은 더욱 악화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술은
여럿이 함께 마셔라! 술은
음식이라기 보다는 약물에 훨씬 더 가깝다. 따라서 잘 쓰면 약이요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알코올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여러가지 방법을 쓴다는 것은 특별히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몇 달간 병원에
입원해서 다시는 마시지 않겠노라 맹세한 사람이 퇴원하는 날 바로 술집으로 직행하는
일이 흔할 정도로 이 병은 치료가 어렵다.
마시기는
하되 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혼자서 고독하게 마시는 습관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술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시도록 해야 한다. 혼자 마시다 보면 술 자체에 탐닉하게
되고 술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진다. 혼자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은 이미 중독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술은 가급적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서양 사람들이 사교적으로 마실때 맥주 한 잔으로
1∼2시간씩 버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술은 그처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다.
경쟁하듯이 잔을 주고받으면 뇌·위·간 등의 장기를 빨리 손상시키며, 알코올 자체의
마취효과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셋째,
빈속에 마셔서는 안된다. 소위 깡술을 마시는 버릇은 당장 버려야 한다. 먼저 음식으로
배를 좀 채운 뒤에 마시는 것이 제일 좋고 술을 마신 뒤에라도 반드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마시는 도중 안주를 많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양결핍이 와서
알코올중독이나 알코올성 정신병이 되기 쉽다.
넷째,
독한 술보다는 가급적 약한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독한 술은 빨리 중독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한 술이라고 해서 중독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한번 과음했다 싶으면 며칠간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이 회복되려면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취하는 사람은 아예 술을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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