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최현림 교수
기온이
30oC를 오르내리면
사람들은 무더위를 느끼게 되고 승용차를 비롯한 교통수단이나 사무실, 호텔, 백화점
등은 에어컨 장치를 이용하여 실내온도를 20oC 안팎으로 유지하게 된다. 요즘,
서울 시내 곳곳에 부채를 사용하여 전기를 절약하자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는 있지만
부채 하나로 여름 삼복더위를 견디던 풍습은 옛날 얘기다. 60년대 후반부터 선풍기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80년대 후반부터는 실내 공간을 에어컨으로 냉각시켜 밖의
더위와 차단하는 룸쿨러시스팀이 대중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위를 견디는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며 섭씨 30oC 내외로 며칠만 계속되어도 땀을
흘리고 더위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지내는 여름철의 실내온도는 실내외의 온도 차이를 3-5oC
정도 차이가 나게 하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우리 몸의 쾌적온도는 바람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oC에서 24oC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여름철에 야기되는 냉방병은 추운데서 지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병이 아니라 더운 환경에
순화되어 가는 우리의 몸이 갑자기 추운데서 더운데로 다시 추운데로 옮겨 다니면서 우리
몸의 항상성이 유지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겨울철을 지낸다고 하더라도 냉방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는 이유이다.
하루 중 1/3에 해당하는 직장생활은 추운 환경에서, 또 1/3은 거리나 가정의 더운데서
지내게 되므로 여기에서 오는 생리적인 부조화가 그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어떤 물리적인 자극이 오면 그 자극에 대해서 우리의 몸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인의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어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순화라고 한다. 서서히 기온이 높아 갈 때는 우리의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우리의 몸이 고온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었을 때는 고온 환경에
순화되기 위해서는 개인에 따라 4일 정도에서부터 15일 정도까지의 기간이 소요된다.
특히 비만하거나 심장관계질환이 있거나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은 순화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뱀과
같은 변온동물과 달리, 사람과 같은 항온동물은 사계절을 통하여 현저하게 변화하는 주위
환경의 기후 조건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중심온도는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람의
온도 조절 중추는 조절 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신체의 중심 온도가 이 한계를
벗어나면 심각한 질환에 이환될 수가 있다. 인체는 항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사에
의해 열이 생산되고 증발에 의해 열이 빠져나가며 전도, 대류, 복사에 의해 열이 생산되거나
인체로부터 빠져나가게 된다. 인체는 체내에서 무수한 생화학적 반응에 의해 일정하게
열을 생산하게 된다. 대사에 의한 열생산은 기초대사에 의한 열생산의 경우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운동이나 신체의 떨림으로 생기는 골격근에 의한 열생산이 체온의 조절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증발에 의한 열손실은 공기와 접촉하고 있는 체표면에서 발생하는데
물이 액체로부터 기체로 되는 데 필요한 기화열을 몸 표면으로부터 앗아가게 된다. 인체에
있어서 증발에 의한 열손실은 주로 표피에서 일어나지만 호흡기관을 통해서도 상당한
열의 손실이 일어나게 된다. 전도에 의한 열의 획득이나 손실은 신체 표면이 표피보다
높거나 낮은 물체와 접촉하면서 일어난다. 그러나, 대개는 인체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전도에 의해서 열을 획득하거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겨울철에 물에 빠진다든지 하는 사고나 근무 환경이 부적절할 때는 열손실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다. 대류란 물질이 실제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열을 이동하여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신체의 표면에 있는 공기가 이동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대기의 온도가
신체 표면의 온도보다 낮다면 신체를 차갑게 만들 수 있고, 역으로 대기의 온도가 신체
표면의 온도보다 높다면 신체 표면을 덮게 만들 수가 있다. 복사란 저주파 전자파(주로
적외선)의 방출에 의해 일어난다. 어떤 물체의 온도가 높을 수록 그 물체는 더 강한 복사열을
방출하게 된다. 이 전자파가 어떤 물체에 부딪히게 되면 그 물체를 뚫고 나가지 못하고
물체를 더워지게 만든다. 따라서, 인체는 기온 뿐만 아니라 적외선에 의해 가열된
그 주위의 물체의 온도에 의해서도 열을 받게 된다. 바깥 태양에 의해 열을 받은
방안에 사람이 있으면 실내 공기의 온도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벽에 의해
열을 받게 된다.
도시의
여름에 사는 사람들은 몇가지 요소에 의해 더욱 열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콘크리트
건물은 태양열을 낮동안에 받아 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밖으로 방출하게 된다. 증발에
의한 열의 방출은 습도가 높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대류에 의한 열손실도 높은
빌딩에 가로 막혀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체온조절에 관여하는 이런 5가지 요소중 하나 이상을 바꿈으로써 더위를 피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휴식에 의해 활동을 줄임으로써 대사에 의한 열생산을 줄이거나
선풍기 앞에 앉아 대류나 증발에 의한 열손실을 높이거나 수영을 함으로써 전도에 의한
체열손실을 증가시키려고 한다.
대개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의 몸은 땀을 흘리거나 표피혈관을 확장시켜 열의 발산은 증가시키려고
한다. 24oC 이하의
환경 온도에서는 체열 생산이 다소 증가하나 복사와 전도에 의해 체열 방출이 많아지므로
열 균형이 깨어지는데 피부등으로부터 체열 방출을 억제하여 열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24oC에서
29oC의 환경 온도에서는 혈관운동의 조절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피부에서의
복사와 전도의 기전에 의해서 체열 방출만으로도 열균형을 유지할 수가 있어 인체가 받는
부담은 거의 없다. 29oC 이상의 환경 온도에서는 발한, 즉 증발에 의한
체열 방출량이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열균형이 이루어 질 수 있다. 특히 34oC
이상의 환경에서는 복사와 전도에 의해서 오히려 외부로부터 열을 받아들이게 되므로
체열 부담의 방출은 더욱 커진다.
땀은
체열이 체온조절 중추를 직접 자극하여 일어나는데 체온이 약 35oC일
때부터 시작하여 이 온도보다 약 1oC 높을 때 최대로 땀이 많이 나게 된다.
땀이 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실제로는 피부 표면과 호흡기를 통하여
수분이 증발하는데 이를 불감증발이라고 하며 그 양은 1일 약 600ml 정도나 된다. 불감증발은
피부를 건조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 주며 체열을 방출하는 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29oC 이상의 환경 온도에서는 체열 방출이 주로
땀의 증발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기류와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류가 약하거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체열 방출이 어려워지므로 무덥게 느끼게 된다. 우리의
온도 감각은 체온 자체보다 피부 표면으로 이동하는 열량과 더욱 관계가 깊다.
여름철
기후에 순화된 신체가 갑자기 찜통더위를 피하여 장시간 선풍기, 에어콘 등 넹방기를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체온이 하강하지만 체온조절 중추에 의한 생리적 기전에 의해서
1.0-1.5oC 이상
체온이 하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추위에 폭로 시간이 오래되게 되면 신체가 한냉을
충분히 대상하지 못하고 체열 생산량보다 증발, 복사, 대류에 의한 체열 방출이 많아져
체온은 다소 하강하게 된다. 이때 맥박수, 호흡수, 혈압은 처음에는 생리적인 방어기전에
의하여 상승하다가 나중에는 떨어지고, 신장의 혈류량, 신사구체의 여과율 및 오줌량이
감소하며 각 조직의 에너지 대사량이 떨어진다.
추위에
계속 노출되면 열의 발산을 억제하기 위하여 피부혈관이 축소되는데 피부혈관의
축소로 인하여 혈류의 순환장애로 손발이 붓거나 얼굴이 부어 오른 경우가 있으며 손실된
체열을 대사에 의하여 열생산을 보충해야 하므로 기온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며,
이 때문에 피로가 오게 되고 피부 표면의 온도가 내려가면 손동작의 정밀도가 떨어지고
시간이 많이 걸려 작업능률이 저하된다. 차가운 냉기를 흡입하더라도 상기도에서 급속히
가온되므로 폐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나 에어컨이 공기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수분을
응결시켜 실내습도를 낮춤으로써 호흡기의 점막이 마르고 섬모운동이 억제되어 인후염을
유발하여 감기같은 증세를 유발할 수가 있다. 조그만 더워도 에어컨을 켜 냉방을
하는 경우에는 항상성 유지를 빨리 못하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은 피로, 감기, 소화불양,
두통, 권태감, 졸음 등의 증세를 호소하고 여성들은 생리불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들은 대부분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일본
노동과학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30-33oC의
기온에서 실내온도를 21oC로 조정했더니 여성의 50%, 남성의 20%가 피로,
권태, 두통을 호소하였고 27oC를 유지하였더니 남녀 모두 10%만이 이상 증세를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냉방병에 이환되기 쉬운 사람은 여름철에 냉방장치를 한 택시나 뻐스의 기사, 냉방장치가
잘 되어 있는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 가정에서 오랫동안 선풍기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가정의 주부나 어린이, 노인들, 병약자들이다. 냉방병에 대한 저항력은 연령, 지방조직량,
한냉에 의한 순화의 정도, 영양상태, 운동, 입은 옷의 상태 등에 의해서 차이가 난다.
냉방병의
예방책으로는 가능한한 냉방시간을 줄이고 실내외의 온도차이를 5-8oC
내외로 하고 많아도 10oC를 넘지 않게 실내온도를 23-25oC 정도로
유지하며 1시간 정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식사와 비타민이 많은 과일과 수분의 섭취를 충분히 한다. 또한,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하는 것이 좋으며, 출근시에는 긴 소매가 있는 내의나 쉐터를
준비하여 백에 넣어 갔다가 냉방이 잘 되어 있는 방에서 입는다든지하고 퇴근시에는 더위에
견딜 수 있는 여름 하의를 입는 것이 좋다.
그외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냉방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7월
서울의 모 종합병원에서 처음 발생 보고되었던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폰티악열병이나 레지오넬라병(일명
재향군인병)도 에어컨의 사용과 관련되어 나타나므로 냉방병으로 분류하는 사람이 있다.
레지오넬라병은 1976년에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되었던 재향군인회의 참석자들 중
29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폐렴에 걸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병이다. 이 병은 정상적인
건강한 어린이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고 노인이나, 흡연가, 만성 심폐질환자, 수술
직후의 환자, 스테로이드제제 복용자 등이 걸리기 쉬우며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
병원체가
에어컨의 냉각수 등에서 대량 증식한 뒤 냉방기에서 품어나오는 잔 물방울이나 먼지를
통하여 호흡기로 감염된다. 폰티악열병은 근육통, 열, 두통, 권태 등의 인플루엔자
같은 증세가 3일 내지 5일 정도 계속되다가 대부분의 경우 미열이나 숨가쁨 등을 제외하고는
원상회복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폐렴이나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레지오넬라병은 수일간의 권태, 미열, 입맛 없음 등의 전구기를 거쳐 고열,
근육통, 구토, 설사, 불면증,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고 건강한 사람의 대부분은 그후
7일 내지 10일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지만, 심하면 폐렴과 혼수상태를
일으켜 10% 내지 30%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집중식 냉방기를
가동하는 대형 건물의 호텔이나 병원, 사무실, 아파트 등의 냉각수 여과기, 물받이와
대형 저수탱크 등에 대한 청소와 염소소독을 철저히 하여 미리 이러한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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